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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설화] “우뭇가사리의 연기”
작성자
최고관리자
등록일
2022.02.17 09: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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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불교설화대사전 전설편 “우뭇가사리의 연기” 이야기입니다. 


오뉴월 염천(炎天), 보리 고개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한 도승이 바랑을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보리 고개 참 탐스럽구나.」


이렇게 속으로 한번 되뇌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리 고개 셋을 뜯어 손으로 비벼 입에 넣었다. 참으로 맛이 있었다.


「거 참 맛이 좋구나.」


하고, 한번 더 뜯어 넣었다. 그런데 이렇게 넣고 보니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인과는 자명(因果自明)한데, 내가 이것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먹다니―」


크게 뉘우쳤다. 그는 지리산 초입 덩실한 바위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다가,


에라, 내생에 백배 천배 갚는 것보다는 차라리 금생에 갚으리라.」


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승복을 벗어 바랑에 챙겨 넣고, 그 바랑을 바위 밑동굴속에 감추어 두고 금방 소로 변하여 그 밭의 주인집을 찾아갔다.

임자 없는 소가 동네에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그 주인을 찾아 주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소 주인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관가에 고하니 관가에서는 제일 처음에 나타나 지금까지 소가매어 있던 그 집 주인에게 소를 돌려주자 하였다. 그래서 뜻 밖에 그 밭주인은 소 한 마리를 얻게 되었다.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소이기 때문에 마치 업동(業童)이 들어 온 것처럼 특별대우를 하였다. 소는 매우 말을 잘들었다. 죽도 잘 먹고, 일도 잘하고, 또 매우 순하여 집안의 아이들도 고삐를 잡고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수 있었다. 2~3년 동안 많은 일을 하여서 그 집안의 재산을 퍽 많이 불려 주었다.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죽을 먹지 많고, 끙끙 앓고 있었다. 주인이 걱정이 되어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소가 싼 똥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들여다 보니 글써가 써진 종이가 그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명야마적중다래 (明夜馬敵衆多來)

흔연영접준비요 (欣然迎接準備要)」


내일 저녁에 마적단들이 떼로 몰려 올 것이니, 흔연히 영접할 준비를 하라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었으므로 주인은 소똥에 새겨진 글대로 손님 접대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니, 과연 한 밤중이 되어서 마적대들이 수 십명 몰려왔다. 오자마자 주인은 문전에까지 나가서 맞아들여 공경히 대접하였다. 도적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라


어찌된 일이냐?」


물었다.


주인은 전후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도적의 괴수는 곧 그 소를 찾아 보겠다하고 나갔다. 주인과 함께 소를 키우는 곳으로 가보니 소는 이미 간곳이 없고, 오직 그 똥에서만 밝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날이 밝아 소 발자국을 찾아 가니 첫날 그 스님께서 옷을 벗어 놓았던 곳에 이르러 소가죽을 벗어 놓고 먼 길을 떠났다. 소가죽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었다.


「지리산 중으로서 무심코 길을 가다가 탐스러운 보리 고개 3개를 주인의 허락 없이 꺾어 먹은 과보로서, 3년 동안 일을 하여 은혜를 갚고 갑니다. 나의 이 가죽을 남해바다에 던져 우뭇가사리가 되면 그것을 거두어 열뇌(熱惱)에 시달리는 중생들의 더위를 식히는 약이 되게 하십시오.」


이 글을 본 도적들은


「보리 고개 3개를 꺾어 먹고도 3년 동안 소의 과보를 받았거늘 두 손을 꼭 잡아매고 착취와 노략으로 도둑질만 해 먹은 우리들의 과보란 더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마음을 고쳐먹고 화엄사에 들어가 한꺼번에 중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소가 똥을 싼 마을을 우분리(牛糞里) 즉「소똥마을」이라 부르고 그 똥에서 밝은 빛을 발했다 하여 그 면을 방광면 (放光面)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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