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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전선사와 한퇴지 (해인사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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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4.22 0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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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사찰 벽화는 법보사찰 해인사  대적광전에 그려진 태지선사와 한퇴지 이야기 중 일부를 그린 벽화 이야기 입니다.  


당나라 중엽 남양의 등주(登州) 땅에서 태어난 한퇴지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불교를 심하게 배척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법을 비방하는 내용의 상소를 많이 올려 왕의 노여움을 사 장안에서 팔천 리나 떨어진 변방인 조주의 자사로 좌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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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 땅에는 태전선사라는 고승이 오랜 세월을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사람들로부터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았습니다.  


한퇴지는 불교를 또 깎아내리고자, 미인계를 써서 태전 선사를 시험하는 덫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고을에서 으뜸가는 기생 홍련을 불러들여 말하길 "만약 백일 안으로 태전 선사를 파계시키면 후한 상을 내리겠으나, 그러지 못하면 큰 벌을 내릴 것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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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홍련은 자기의 미모에 자신이 있어 승낙하여 험한 산길을 올라 스님의 암자에 도착하니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스님의 훌륭한 덕을 흠모하여 왔습니다. 이제 스님의 시중을 들며 백일기도를 올리고자 하여 먼 길을 왔습니다. 부디 자비로 거두어 주십시오.”


태전 선사의 승낙을 얻은 뒤에 암자에 머물게 된 홍련은 다음 날부터 태전 선사의 시중을 들며 기회를 엿보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선사는 좌선에만 전념한 채 홍련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진 홍련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사를 무너뜨리려 했으나 선사는 흐트러짐도 없이 정진에만 열중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약속한 백일을 하루 앞두게 되었습니다. 


어느 사이에 홍련은 태전 선사의 고매한 인품에 감동하여,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경망스러운 짓이었던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백일째 되는 날 아침 자사 한퇴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신에게 미칠 크나큰 화가 두려워 홍련은 태전 선사 앞에 나아가 눈물을 흘리며 큰 절을 올렸습니다. 


“스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조주 자사 한퇴지의 명을 받고 스님을 파계시키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그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한퇴지 대감과 약속한 백일째 되는 날이 오늘이며 소녀가 이대로 내려가면 큰 벌을 받게 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태전 선사는 서럽게 울고 있는 홍련 모습을 조용한 미소로 지켜 보시더니


“너무 염려하지 말고 이리 가까이 오시오. 한 대감에게 벌을 받지 않도록 하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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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전 선사는 가까이 다가온 홍련의 치맛자락을 펼치고, 붓에 먹을 묻혀 단숨에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벽화는 홍련의 치맛자락을 펼치고, 글을 써 내려가는 태전 선사의 모습이 그려져있는데요. 


그 내용은


십년불하축령봉 관색관공인색공 


십년동안 축용봉을 내려가지 않았는데

색을 보는 관이 공했으니 곧 색이 공했더라


여하조계일적수 긍타홍련일엽중

어찌 조계의 일적수를 

홍련의 한 잎에 떨어뜨릴 것인가.


홍련의 치맛자락에 적힌 시를 본 한퇴지는 그 후 태전선사를 방문하였습니다.  


태전선사로부터 「불교의 어느 경전을 보았습니까?」하는 물음에 「별로 뚜렷하게 본 경전은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태전 선사가 준엄하게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불법을 비방함은 무엇 때문인가? 누가 시켜서 하였는가, 아니면 자신이 스스로 하였는가? 만약 시킴을 받아서 하였다면 주인 시키는 대로 하는 개(犬)와 다름없고 자신이 스스로 하였다면 이렇다 할 경전 읽음도 없이 어떻게 불법을 비방하는가? 알지 못하고 비방한 것이니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하는 꾸짖음과 함께 가르침을 받아 그 후 한퇴지는 불자가 되어 마음을 깨치고 불교를 비방하던 그 붓으로 불법을 드날리고 삼보를 찬탄하는 문장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오늘 준비한 사찰 벽화 법보사찰 해인사  대적광전에 그려진 태지선사와 한퇴지 이야기 중 일부를 그린 벽화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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