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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無限)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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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2.08 10: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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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1932∼2010)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잠언집〈인연과 만남〉의 내용이다. 만남에는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불교교리의 핵심이 연기(緣起) 즉 인연생기(因緣生起)이다.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이다. 인(因)이 연(緣)해서 생겨남을(生起) 의미한다.  현상계(現象界)의 존재 형태와 그 법칙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 있어서의 존재는 반드시 그것이 생겨날 원인(因)과 조건(緣)하에서 연기의 법칙에 따라서 생겨난다는 것을 말한다.


 깨달고 보면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으로서 나와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의 의미한다. 힌두교에서 범아일여(梵我一如)라 하여 우주의 근본원리인 범(梵)과 불변하는 영원한 참 존재인 아(我)가 하나라는 사상으로서 우주의 중심 생명의 범(梵)과 개인의 중심 생명인 아(我)의 본체가 궁극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사상이다. 나라는 존재가 한없는 하심과 탐진치(貪瞋痴) 삼독심을 내려놓고 영원한 사랑의 자비심으로 가득할 때 진정한 세상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가오는 2월15일은 음력으로 정월보름 불가(佛家)에서는 출가 수행자와 재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100일 간의 살림살이인 본분사(本分事)를 다하는 상구보리(上求菩提)의 원력행을 드러내어 중생을 위한 출세간의 무한한 사랑인 자비심(慈悲心)을 서원(誓願) 해제(解制)날이다. 정월보름에 사찰에서 행해지는 방생법회 또한 일종의 고통 받은 중생을 위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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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이 승가공동체와 사중(寺中)에서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한가롭고 적정한 처소인 공한처(空閑處)과 원리처(遠離處)인 아란야(阿蘭若)에서 정진하는 이유는 내 안에 또 다른 나(眞我)를 찾은 후에 더 많은 중생들을 출세간의 무한한 자비심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배우기 위해 결제기간에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정진(精進)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행 정진하는 것은 깨닫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중생을 위한 진정한 또 다른 나를 위한 무한한 사랑을 자비심(慈悲心)을 내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의 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러한 재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개인의 신체적 ·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재난을 지켜보는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공포와 불안, 우울 등 정신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하여 막대한 사회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금 이시간도 코로나19 오미크론의 증폭되고 각자 자신이 확진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코로나19가 몇 년에 걸쳐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답답한 일상에 모두들 지쳐가고 있다. 


 이러한 때 결제(結制)를 통해 기도와 명상에서 증득한 무한(無限) 사랑의 살림살이인 대자비심(大慈悲心)을 풀어놓아 코로나19에 지친 인연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지금의 위기를 모두가 잘 극복하여 예전의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길 위로와 무한(無限) 사랑의 자비희사(慈悲喜捨) 사무량심(四無量心)의 이타행(利他行)을 드러내는 수행자 각자의 서원(誓願)의 본분사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 번 해제(解制)는 이러한 보살행(菩薩行)의 실천(實踐)을 드러내는 만행(萬行)의 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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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난달 지인과 함께 영양을 방문하여 그곳 출신이신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조지훈(1920∼1968)시인의 ‘사모’와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시인인 한용운 님(1879∼1944)의 ‘님의 침묵’을 인연있는 모든 분들을 위하여 한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편 간절하고 진실하게 송(誦)해 본다. 


사모 (조지훈 / 시인)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을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님의 침묵 (한용운/승려시인)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 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영덕불교문화원장 서남사 주지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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