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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왕사 불적답사길 "구도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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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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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지공스님이 법어를 내렸다.

()은 집 안에 없고 법은 밖이 없나니 뜰 앞의 잣나무를 아는 사람은 좋아한다.

청량대(淸凉臺) 위의 청량한 날에 동자가 세는 모래를 동자가 안다.

 

나옹스님은 답하였다.

들어가도 집 안에 없고 나와도 밖이 없어 세계마다 티끌마다 선불장이네

뜰 앞의 잣나무가 새삼 분명하나니 오늘은 초여름 새삼 초닷새라네.

 

하루는 지공스님이 스님을 불러 물었다.

"이 승당 안에 달마가 있는가 없는가?"

없습니다.”

저 밖에 있는 재당(齋堂)을 그대는 보는가?"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승당으로 돌아가 버렸다.

 

지공스님은 시자를 보내 물었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두루 찾아뵙고 마지막으로 미륵을 뵈었을 때, 미륵이 손가락 을 한 번 퉁기매 문이 열리자 선재는 곧 들어갔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안팎이 없다 하는가?”

 

나옹스님은 시자를 통해 대답하였다.

그때 선재는 그 속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시자가 그대로 전하니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이 중은 고려의 노비다."

 

 

하루는 지공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보경사(普慶寺)를 보는가?"

벌써부터 보았습니다.”

문수와 보현이 거기 있던가?"

"잘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던가?”

그런 말을 합디다. 차를 마시고 가거라.”

 

그 뒤 어느 날 나옹스님은 게송을 지어 지공스님에게 올렸다.

 

미혹하면 산이나 강이 경계가 되고 깨치면 티끌마다 그대로가 온몸이네

미혹과 깨침을 모두 다 쳐부수었나니 닭은 아침마다 오경(五更)에 해치네.

 

지공스님은 대답하였다.

나도 아침마다 징소리를 듣노라.”

지공스님은 스님의 근기를 알아보고 10년 동안 판수(板首)로 있게 하였다.

 

경인년(1350) 11, 지공스님은 황후가 내리신 붉은 가사를 입고 방장실 안에서 대중을 모으고 말하였다.

"분명하다 법왕이여, 높고 높고 이 나라를 복되게 한다. 하늘에는 해가 있고 밑에는 조 사가 있으니 노소를 불문하고 지혜 있는 사람이면 다 마주해 보라.”

 

대중이 대답이 없자 나옹스님은 대중 속에서 나아가 말하였다.

"분명하다는 것도 오히려 저쪽 일인데, 높고 높아 나라를 복되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빈 소리다. 하늘의 해와 땅의 조사를 모두 다 쳐부수고 난 그 경계는 무엇인가?"

 

지공스님은 옷자락을 들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안팎이 다 붉다.”

 

나옹스님은 세 번 절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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