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B한국불교방송

KBB한국불교방송

HOME > 매거진 > 불교설화

[불교설화 이야기] 신비로운 내소사 법당
작성자
최고관리자
등록일
2021.06.24 15:09
조회수
9,794
  • URL 복사

83f9b458b6b8049408fbf1e7767169e9_1624514949_2269.jpg
 


오늘 소개해드릴 불교설화는

불교설화대사전 하권 우지편 세 번째 신비로운 내소사 법당이야기입니다.

 

스님. 이제 그만 들어가시지요. 이렇게 나와서 1년을 기다려도 목수는 오지 않으니, 언제 대웅전을 짓겠습니ᄁᆞ? 내일은 소승이 좀 미숙해도 구해 오겠습니다. ’

, 군말이 많구나.’

그리고 기다리실 바엔 절에서 기다리시지 하필이면 예까지 나오셔서...’

멍청한 녀석. 내가 기다리는 것은 모수지만 매일 나오는 것은 백호를 지키기 위해서니라.’

 

노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늙은 대호가 포효하며 노승 앞에 나타났다.

 

호랑이의 안광은 석양의 노을속에 이글거렸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노승이 주장자를 휘저으며 호랑이 앞을 지나려 하자 대호는 앞발을 높이 들고 노승을 향해 으르릉 댔다.

 

안된다구 해도 그러는구나. 대웅보전을 짓기까지는 안돼.’

 

노승은 주장자를 들어 소나무 허리를 때렸다.

하는 소리가 나자 호랑이는 어흥하는 외마디 울부짖음을 남기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 저녁 타버린 대웅전 주춧돌에 앉아 산을 내려다보던 노승은 사미승을 불렀다.

너 일주문 밖에 좀 나가 보아라. 누가 올 터이니 짐을 받아 오도록 해라.’

 

마지 못해 대답을하고 간신히 일주문에 다다른 선우의 가슴은 철렁했다.

 

무슨 기다란 동물이 기둥에 기대어 누워 있지 않은가. 입속으로 염불을 외우며 다가서니 누웠던 사람이 일어났다. 나그네였다.

어서 오십시오. 스님이 마중을 보내서 왔습니다. ’

 

나그네는 묵묵히 걸망을 건네주었다.

손님은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이 짐 속에 뭣이 들었길래 이리 무겁습니까? 노스님과는 잘 아시나요?’

 

나그네는 대꾸가 없었다.

 

그는 다음날부터 대웅전 지을 나무를 찾아 기둥감과 중방감을 켜고 작은 기둥과 서까래를 끊었다. 다음에는 목침만한 크기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목수는 날마다 목침만을 잘랐다.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며 비웄었다.

그러나 노승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어언 다섯 달. 목수는 비로소 톱을 놓고 대패를 들었다.

목침을 대패로 다듬기 시작한 지 3. 흡사 삼매에 든 듯 목침만을 다듬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보슈, 목수양반, 목침 깎다가 세월 다 가겠소.’

 

선우의 비웃는 말에도 목수는 잠자코 목침만 다듬었다. 선우는 슬그머니 화가나 목수를 곯려 주려고 목침 하나를 감췄다.

 

무수한 목침을 다 세고난 목수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일할 때와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절망이 깃들었다.

 

연장을 챙긴 목수는 노승을 찾아갔다.

스님, 소인은 아직 법당을 지을 인연이 먼듯하옵니다.’

 

절에 와서 처음으로 입을 여는 목수를 보고 선우의 눈은 왕방울 만큼 커졌다.

 

노승은 조용히 물었다.

왜 그러시오.’

목침 하나가 부족합니다. 아직 저의 경계가 미흡한가 봅니다.’

가지 말고 법당을 짓게. 목침이 그대의 경계를 말하는 것은 아닐세.’

 

선우는 놀랐다. 목침으로 법당을 짓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산더미 같은 목침 속에서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다니.

 

목수는 기둥을 세우고 중방을 걸고 순식간에 법당을 완성했다.

 

법당에 단청을 하려고 화공을 불러왔다.

화공의 일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법당 안을 들여다봐서는 안되느니라.’

 

화공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밖에 나오질 않았다. 사람들은 법당 안에 그려지는 그림이 보고 싶고 궁금했다. 그러나 법당 앞에는 늘 목수가 아니면 노승이 지키고 있었다.

 

어느날, 선우는 법당 가까이 가서 목수에게 말했다.

스님께서 잠깐 오시랍니다.’

 

목수가 법당 앞을 떠나자 선우는 재빠르게 문틈으로 법당 안을 들여다 봤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없는데 오색 영롱한 작은 새가 입에 붓을 물고 날개에 물감을 묻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선우는 문을 슬그머니 열고 법당안으로 발을 디밀었다. 순간 어디선가 산울림 같은 무서운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새는 날아가 버렸다.

 

노호 소리에 놀란 선우가 어슴푸레 정신을 차렸을 때 노승은 법당 앞에 죽어 있는 대호를 향해 법문을 설하고 있었다.

 

대호선사여! 생사가 둘이 아닌데 선사는 지금 어느 곳에 가 있는가. 선사가 세운 대웅보전은 길이 법연을 이으리라.’

 

때는 1633, 내소사 조실 청문대사는 대웅보전 증축 후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변산반도 한 기슭에 자리한 내소사 대웅전(보물 제291)은 지금도 한 개의 포가 모자란 채 옛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리다만 벽화는 날로 퇴색해 가고 있다.

  • URL 복사

KBB한국불교방송 방송/신문/매거진 무단 저재 및 재배포 금지

- 상업적 목적의 사용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 출처 'KBB한국불교방송'을 반드시 표시하셔야 합니다.

KBB한국불교방송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제보 053-1670-2012

많이 본 매거진

인기 영상

많이 본 신문

KBB 전체 인기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