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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위해 이 한몸 바치리 '위법망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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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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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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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를 위하여는 목숨도 기꺼이... 

 

  

▲ 설산동자가 투신하는 모습 

 

  

▲ 마귀인 나찰이 기다리는 모습 

 

[한국문화신문 = 최우성 기자] 한국의 사찰에는 벽화가 많이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절에 가 본 사람은 유난히 한국의 사찰 건물  벽이 벽화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 절에는 사찰의 주요전각인 대웅전뿐 아니라, 여타 다른 전각들에도 건물의 안과 밖에 그림들이 빼곡하다.


그 그림들은 전각에 모신 부처나 보살과 관계 있는 이야기이고, 부처님이 설법했던 경전의 이야기거나, 부처님의 전생이야기, 중국이나 한국의 고승들의 일화들을 한폭 또는 여러폭의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또 주제는 같은 이야기이지만, 사찰마다 벽화를 그린 화사(畵師)에 따라 다양하고 재치있게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 시대에 따라 유행하던 그림도 느껴볼 수 있다. 벽화 말고도 단청은 한국 절에 필수지만 이웃 일본의 절에는 단청도 없고 벽화도 없다. 뿐만아니라 대웅전에 불상이 없는 곳도 있고 있다해도 협시불 없이 불상만 달랑 모셔 놓은 곳이 있어 을씨년스럽끼까지 하다. 

한편 중국의 절에는 불보살상이 모셔진 전각의 내부에 들어가보면 더러 벽화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네 사찰에서처럼 그리 많지가 않고 그렇다보니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오늘 보는 백련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한폭의 그림은 난데없이 한 소년이 낭떨어지에서 절벽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고, 그 아래에는 험상궂은 야차가 떨어지는 동자를 잡아먹으려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언뜻보면 끔찍하기만 할뿐, 그 내용을 모르면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석가모니의 전생 구도이야기를 한폭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수많은 생애를 거치면서도 진실된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 수많은 구도자의 일생 중에 진리의 한 말씀을 듣고 깨닫기 위해서 하나뿐인 자신의 몸조차 아까워하지 않고 바친다는 것이 바로 이 그림이다. 


무슨 일이든 전심전력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면서도 슬슬 놀면서, 목표만 거창하게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요, 어찌보면 잘못된 것임을 질책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불교의 경전 중에 열반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설법 이야기이다. 전생의 석가모니가 자신의 전생이야기를 하면서, 한 때 설산동자로 출가하여 진리를 깨닫기 위한 수행을 하던 중,  깊은 명상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이를 본 하늘의 제왕인 제석천이 설산동자의 수행력과 진리를 향한 동자의 마음을 시험하고자하였다.

제석천은 자신의 몸을 험상궂은 야차로 변신하여 동자의 앞에 나타나 진리의 게송을 한구절 읊는 것이었다. 제석천이 천사의 모습이 아닌 야차(마귀)의 모습으로, 깨달음을 노래한 것이 이 그림이다.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며 그것이 생멸의 이치이다)

세상의 생겨난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그래서 지극히 덧없음을 설파한 게송으로 제행이 무상하다는 것을 읊고 있다. 이 게송을 들은 설산동자는 그 게송의 다음이 더욱 더 궁금하였다.  그 게송만으로도 희열에 차고 넘치면서도, 다음에  뒤를 이을 노래가 무엇인지 게송을 듣고자  한참을 기다렸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설산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송을 읊은 이여, 뉘신지 모르오나 그 진리의 다음 게송을 마져 읊어주소서".. 그러자 험악한 모습의 야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너무도 배가고파서 더 이상 아무 게송도 말할 수가 없구나. !

그러자 설산동자는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구해다 드릴테니 제발 나머지 게송을 읊어주세요"라고 애원하였다.

그러자 야차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야차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의 피만 먹는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설산동자는 그렇다면 진리를 알기 위하여라면 당신의 다음 게송을 듣고, 내몸을 그대에게 바치겠소". 하며 자신의 몸을 야차에게 바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자 야차는 설산동자의 굳은 약속을 받고서 나머지 게송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생멸멸이 적멸위락(生滅滅已 寂滅爲樂)(태어남과 사라짐까지 다 소멸하고 난 적멸의 상태가 바로 지극한 즐거움이라)

나고 죽는 그것 차체가 모두 사라진 상태가 적멸이고 극락이라는 게송을 듣고 난 설산동자는 그것이  바로 진리임을 깨닫고, 자신이 약속한 대로 자신의 몸을 절벽아래로 아낌없이 내던졌다. 자신의 몸을 던져 진리를 구한다면 그것이 바로 구도자의 자세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차로 변신했던 제석천은 설산동자가 자신의 몸을 기꺼이 바치는 것을 보고서 경의를 표하면서 그 설산동자의 떨어지는 몸을 잘 받아서 공손히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자신은 야차가 아니고 하늘의 제석천인데 진리를 위하여 전심전력하는 설산동자의 원력을 시험하고자 야차로 변신하여 그런 게송을 읇었고, 그런 조건을 제시했다고 고백하였다. 

이를 설산동자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친다는 뜻으로 위법구망도(爲法忘驅圖)라고 한다.

* 설산동자: 석가모니가 전생에 수많은 윤회를 하는 가운데 진실한 수행자로 살았던 한 모습

* 야차: 인도의 토속신으로, 나찰이라고 부르는 악신으로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으며 생김새는 험상궂다고 함.

* 제석천: 인도에서는 인드라임. 하늘의 신중 욕계2천인 도리천의 제왕으로 수미산의 정상에서 사천왕을 거느리고 불법을 수호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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