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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벽화] 홍인선사의 제자 혜능의 행자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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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등록일
2020.04.28 0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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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능이 행자로 들어와서 절에서 방아를 열심히 찧는 모습 

 

  

▲ 홍인선사 법을 전수해줄 것을 암시하는 모습. 지팡이로 3번 탁 탁 탁 쳤다고 한다. 

 

  
▲ 스승인 홍인선사가 혜능에게 자신이 쓰던 가사와 발우를 전해주는 장면

[한국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사찰의 건물 벽화 중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많다.

그 중에 오늘은 선종이 교종을 능가하는 위세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던 스님인 혜능선사의 전법에 대한 그림이다. 혜능은 본래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할 형편의 가난한 집 아들이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하였지만 늙으신 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시면서, 날마다 산에서 땔나무를 해서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탁발승이 시장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독경소리를 듣고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신심이 깊은 불자였던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집을 떠나 한 절에서 무진장스님이 열반경을 독경하는 소리를 듣고 그 뜻을 통하였고, 선종의 종가로 황매산에서 달마의 선법을 전수받았던 5조 홍인선사의 법을 전수받고자 그의 문하에 들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언제 어디나 세상은 격식과 절차가 있는 법이라, 홍인선사의 문하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법을 전수받고자 공부하고 있었으며, 이미 수제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걸출한 상좌들이 있었다. 그러니 혜능은 행자승으로 머리를 깎고 땔나무하기, 청소하기, 밥짓기, 밭일하기등으로 경전공부도 선공부도 전혀 하지 못하고 일만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스승인 홍인선사는 자신의 선법을 전수해줄 제자를 찾기 위해서 방을 붙였다. '그동안 공부한 결과를 나름대로 깨달음을 시로 지어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절에서 공부하던 상좌 중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뛰어난 상좌승이었던 '신수'는 이번에야말로 스승 홍인대사의 인가를 받을 기회가 왔다며, 자신의 공부를 함축한 시를 써서 보란듯이 써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붙였다.


이를 본 다른 제자들은 역시나 대단하다며 감히 자신들이 공부하고 깨달은 바를 글로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절안의 모든 스님들은 당연히 신수가 홍인선사의 법을 인가받을 것으로 공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쌀방아를 찧고 있던 가장 말단의 혜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한번도 홍인선사로부터 배운바가 없었지만 나뭇군으로 시장에서 탁발스님의 금강경독송을 듣는 순간 이미 선의 종지를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다만 글을 배우지 못해서 읽을줄도 모르고 쓸줄도 모를 뿐 선사들이 추구하는 깨달음에는 이미 도달하였던 것이다. 다만 그 깨달음을 인가해줄 스승을 만나지 못했을 뿐...


혜능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같이 행자생활을 하는 동료스님에게 부탁하여 자신만의 계송을 지어서 방앗간 대문에 붙여놓았다. 그런데 혜능이 지은 계송은 감히 수제자라는 '신수'의 계송에 거의 반대되는 내용이었고, 읽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너무도 뛰어난 것이기에 스승인 홍인대사는 혜능이 다른 스님들에게 큰 화를 당할 것이라는 염려가 되어 그가 붙여놓은 계송을 떼어버렸다. 하지만 자신의 선법을 전수할 사람은 '신수'가 아니라 바로 '혜능'임을 확신하고, 언제 그에게 법을 전수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혜능이 방아를 찧는 방앗간 앞으로 가서,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던 지팡이(주장자)를 3번 탁 탁 탁 쳤다.


같이 일하던 다른 행자들은 무심결에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혜능은 스승이 하는 뜻을 이미 알아차렸다. 그 주장자 소리는 '야반 3경에 자신의 방으로 와서 법을 전수받으라는 것' 이었던 것이다.


혜능은 모든 행자 일을 다 끝내고 잠들었다가 새벽 3경에 일어나 홍인대사의 방 앞으로 갔다. 그랬더니 스승은 이미 자신의 방에 등불을 켜놓고 혜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혜능은 스승의 방에 들어가서 선종의 조사로 법을 전수 받았다. 당시에는 스승이 제자의 깨달음을 인정하고 그 증거로 자신이 쓰던 발우(밥그릇)와, 자신이 입고 다니던 옷(가사)을 증거로 내려주는 것이 전통이었다.


혜능은 스승이 전해준 전법의 증거인 가사와 발우를 받아서 야반에 절을 떠나 스스로의 길을 향해 나아갔다. 그래서 혜능은 선종의 6대조사가 되었고, 그를 뒤이어 참선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는 수많은 선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으며, 통일신라에도 선종이 들어와 번창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혜능에게 조사의 법전수를 빼앗긴 신수는 너무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 야반도주한 혜능이 스승의 가사와 발우를 훔쳐갔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많은 자신의 제자들을 풀어 혜능을 뒤쫓아 붙잡았으나, 결국 전법의 증거인 가사와 발우는 되찾지 못하였다.

혜능이 내려놓은 가사와 발우가 바위에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기에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고, 혜능을 선사로서의 경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수는 이후 중국의 북으로 올라가서 북종선의 스승이 되었고, 혜능은 남으로 내려와 남종선의 스승이 되었다. 선종의 주류는 남조의 선법을 이어받은 남종선 곧 혜능의 제자들이 주류가 되었다.


신수가 읊은 시와 혜능이 읊은 시를 한 번 읽어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홍인이 왜 신수가 아닌 혜능을 자신의 전법수제자로 인가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올려본다.

<신수의 계송> 몸은 보리수나무와 같고 마음은 명경대와 같으니 수시로 부지런히 갈고 닦아 먼지가 묻지 않게 하라!

<혜능의 계송> 보리라는 본래 나무가 없고, 명경 또한 대가 아니니 본래 한물건이 없거늘 어디에 티끌 때가 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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