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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곡면 영3리 미륵골 미륵불
천씨 성을 가진 부자가 이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심성이 고약하고 심술굿기로 유명하여 걸인들이 구걸하러 오거나 승려들이 탁발하러 가면 반드시 쪽박을 깨버 리든지 오물을 퍼담아 주는 못된 버릇이 있어 주위 사람들에게 빈축을 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범흥사에서 나왔다는 범상치 않은 스님 한 분이 시주 구걸을 하였는데 적시 바랑에 오물을 담아 주었다. 그러나 그 스님은 조금도 언짢은 기색을 보이지 않고 공경하게 합장예배를 하고 ‘당신의 집 마루 밑을 파 보면 미륵불이 나올 것이니 그 미륵불을 앞산 위에 옮겨 세워놓으면 영원히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하고 어디론가 가버린 다음 천씨는 미륵불을 발견하고 스님이 시키는 대로 하였더니 그 후로는 액운이 닥쳐 오기 시작하여 그의 부인과 자녀가 원인 모를 병으로 죽게 되고 농사는 흉작이 계속되더니 결국 원인모를 화재로 집마저 잃었으니 천씨는 완전히 멸망하고 말았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러 이 마을에 불교 신앙심이 강하고 마음씨 착하며 장사로 소문난 황수종이라는 사람이 있어 항상 마을의 안녕을 염원하는 모범 인물이었다. 어느 날 그의 꿈에 부처가 나타나 마을에 서 북쪽으로 약 150보 지점에 석불이 버려져 있으니 마을 아늑한 곳에 옮겨 가서 수호신으로 뫼시면 마을이 화평하리라 하였다.
잠에서 깬 황장사는 그곳으로 달려가서 미륵불을 발견하고 즉시 업고 와서 각을 지어 모셨는데 그 각의 네 기둥이 각각 다른 나무을 썼으니 즉 하나는 싸리, 하나는 칡, 하나는 띠, 하나는 독으로 되어 특이하다. 그리고 그 당 앞에는 목욕탕과 같은 바위가 있어 수암이라 이름 짓고 매년 정월 보름날 제향시에 제관들은 이 수암에서 치성하고 행사에 임하는 것은 지금까지 전통이 되어 있고 우환치병의 쾌유를 축원하는 사람과 무자한 사람이 이 석불에 기도하면 효험이 있다 하여 타지에서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므로 불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라고 되어 있다.
▶답사기록
영 3리 마을 입구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불에 관하여 기록을 보다가 몇 년 전에 미륵불 도난사건이 떠올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보니 2008년 9월 18일의 지역 일간지에 영덕군 병곡면 영 3리 석조 미륵불이 도난당하여 1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미륵불을 찾기 위하여 영덕군에서 백방으로 노력한 기사를 보았다.
또 한 20여 일 만에 예천군 용문면 한 도로에서 찾아 원래 좌정하고 계시던 자리로 이운(移運)하였다는 기사도 확인하였다.
이러한 기사를 상기시키면서 영덕군에서 출발하였다. 영 3리는 도로에서 미륵골이라는 간판에 700m라고 쓰여진 표시를 보면서 찾아 들어갔다. 마침 동네 입구에 새롭게 전각이 하나 지어져 있는 것을 보니 ‘여기 모셔져 있는 분이 그때 도난당한 미륵 부처님이구나’ 생각하며 합장 예를 표하고 문을 열고 보았다.
사진에서 본 미륵 부처님이었다.
‘미륵존여래불 미륵존여래불 미륵존여래불~ 이 고을에 인연된 모든 분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게 하소서! 나아가 영덕군과 이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게 하소서!’라고 발원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기사에 의하면 "미륵불은 화강암 재질로 높이 127cm, 어깨 폭 60cm로 앞가슴에 양손을 모으고 있는 형태로 이마에는 백호가 있고 얼굴은 넓고 코가 크며 콧수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등에는 성혈과 같은 구명들이 종과 횡으로 일정한 열을 이루며 8개 정도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종으로 황수종립석과 강희이십팔년, 숙종 15년(1689년)의 문구가 각자돼 있다"라는 내용을 보았다.마을 입구에 모신 미륵 부처님으로서는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뜻일까. 웃음을 띠고 있는 모습을 보니 법당에서 보는 부처님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또한 새로운 전각에 모셔져 있어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 3리의 배영기(67세) 이장님의 말씀으로는 2013년 고래불 전역 개발사업과 농어촌 개발지원사업의 사업비로 전각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미륵 부처님께서 나들이 한 번 갔다 온 후에 좋은 전각에 계시니 미륵골의 경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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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폐사지 불적답사란?
영덕불교사암연합회 회장 현담스님의 도움으로 영덕 불교 폐사지를 시작하여 전국의 폐사지를 알려 무분별한 개발과 경작으로 인해 역사적, 학술적 가치의 규명도 없이 훼손, 멸실 되는 등 보호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폐사지의 현실을 알려 불자 모두가 폐사지 보호에 앞장서고 보전하는 일에 적극으로 동참하고 나섰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영덕불교 영덕사찰 체로금품” 내용 중 4부 “영덕 폐사지 불적 답사” 머리 중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은 현재의 모습을 후대인들에게 전하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모습을 통하여 현재를 조명하고 후대인들에게 올바르게 물려주어야 한다.
역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현존하는 사찰 외에도 적지 않은 사찰들이 중간에 폐사(廢寺)를 맞게 되었다. 폐사의 역사 또한 과거 자산으로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사 자료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잔해마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통일신라 이후 창건되어 유지 폐사된 모든 불교 사찰의 현황을 파악하여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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