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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함안에서 유년시절 보이 스카우트(Boy Scouts) 정신을 회상하며 재 발심(發心)의 힘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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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0:29
조회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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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휴선자(休禪者)를 보내면서 送休禪者廻鄕省覲

붉은 살덩이는 어머니의 피에서 생겨났거니  赤肉圑從娘血生

그것은 오로지 부모의 힘을 이어받은 것이다. 全承父母力縱橫

그 가운데 하나의 이름 없는 물건이 있어 其中一个無名者

음양(陰陽)에 속하지 않고 영원히 있다. 不攝陰陽歷劫行


위의 게송은 고려 말 고승이신 나옹선사께서 휴선자(休禪者)에게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의 시심마(是甚麽) 불성(佛性)의 도리를 설하는 게송이다. 지난 4월18일 함안 용화사에서 대승불교일불회 정기법회를 봉행하였다. 경남 함안군은 소승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리운 고향이다. 

7남매의 6째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농사일을 도우면서 중학교 졸업까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이러한 추억과 함께 반가운 것은 일불회 고문이신 동진스님께서는 함안에서 수행처를 옮기기 전 영덕에서 함께 10여년을 보내면서 영덕불교사암연합회의 부회장으로 영덕불교의 발전에 힘써주신 분의 사찰에 간다고 하여 내심 기뻐하면서 법회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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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점심을 일찍 먹고 영덕에서 출발하여 법회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여 부처님을 참배하고 동진고문스님을 만나 솔바람 부는 그늘에 앉아 잠시 좌담하였다. 사월초파일을 앞둔 달이라 그런지 평소 적은 회원 스님 분들께서 함께하여 간단하게 정기법회를 봉행하고 용화사 보살님께서 준비하신 푸짐한 만찬(晩餐)으로 공양을 하고 대중 방에서  『초전법륜경』에 관한 각자회원스님들의 견해를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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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를 대상으로 중도와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신 것이 『초전법륜경』이다. 이 경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중도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출가자가 따라서는 안 되는 두 가지 따르지 말아야 할 두 극단이 있다. 하나는 감각적 기쁨 속에서 저열하고 통속적이고 범속하고 성스럽지 못하고 이익을 주지 못하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쾌락의 탐닉에 몰두하는 것이며, 괴롭고 성스럽지 못하고 이익을 주지 못하는 자기 학대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양극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때, 여래는 중도를 완전하게 깨달았나니, 평화와 직관 그리고 깨달음과 열반을 얻을 수 있다.’라고 한다. 


위와 같이  『초전법륜경』에 드러난 중도, 팔정도, 사성제에 각자의 견해를 밝히고 용화사 보살님께서 정성껏 마련한 야참을 먹고 잠시 늦은 밤 도량을 행선 포행하고 사중에 바쁘신 회원 분들은 귀사(歸寺)하고 소승과 몇 분의 회원스님들은 용화사에서 하루 밤을 묵은 후 예불 후 아침공양하고 회향하였다. 사찰을 나서면서 지난 밤  『초전법륜경』에 드러난 고락의 양극단을 벗어나는 중도에 관한 생각을 하고 수행자로서 이 번 고향 길은 재발심의 계기로 삼고자 고향 함안군 대산면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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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한 곳은 대산중·고등학교(지금은 대산중학교와 경남로봇고등학교)으로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교직원 출근 차들이 들어오고 교문을 지키는 경비 분께서 본인의 소임을 다한다고 교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밖에서 잠시 머물러다 돌아섰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라 다소 설레기도 하였지만 평일이라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바쁘게 사는 모습들에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잠시 지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4km남짓 떨어진 구혜초등학교(현재:대산초등학교)를 향하였다. 어린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 10km를 자전거로 통학을 하였는데 학교 가는 길이 많이 변하고 예전이면 모심기 전이라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다녔는데 지금은 농토가 상가로 변하고 시골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둘러보는데 초등학교 동창 성유태 친구를 만나 반갑게 잠시 대화를 나누고 학교 버스를 운행 중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정을 둘러보고 가까운 고향친구들에게 전화로 안부 묻고 마트에 들러 평소 부모님께서 좋아 하시든 과일과 음료를 사서 부모님 산소를 들리고 고향을 지키며 수박농사일을 하고 계시는 형님과 형수님께 인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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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산소는 출가하여 아버님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나서 10여년 후 어머님 돌아가시면서 장례를 치루고 매장하여 봉분을 만들고 나서 처음 들렀다. 출가하였다는 핑계로 너무 무심하였다. 두 분의 산소 앞에서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올리고 한 참이나 앉아 있었다. 지난 세월 막내아들이 부산 백병원에서 현대 의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절에 와서 100일 기도에 어머님께서는 함께 기도에 임하여 부처님 전에 빌고 또 빌었다. 막내아들 낮게 해달라고 건강하지 않은 쇠잔한 몸으로 새벽부터 기도에 함께하여 저녁 예불까지 동참하며 부처님께 모든 업이 나에게 있으니 나를 데려가고 아들은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면서 100일을 일념으로 정진에 임하였다. 100일 기도 회향 후 소승은 출가의 서원을 세워 출가하고 어머님께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시고 사시다가 2016년 3월3일 평소 일념으로 염불 정진하시던 어머님께는 나무아미타불 곁으로 홀연히 떠나셨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기 전 나의 유년시절은 7남매의 6째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성장하였다. 그렇다고 타의 모범이 되어 본적도 없는 듯하다.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보이스카우트를 한 기억이 남는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술을 좋아하여 장날이 되면 장에 가서 술을 드시고 오시는 날이 허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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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학교에서 보이스카우트에 선택(?)받아 옷을 사야 되는데 말을 못하고 있다 술을 드시고 오신 날 말씀드렸더니 곧 바로 허락을 받아 내 딴에 자랑스럽게 보이스카우트가 되어 단복을 입고 학교에 등하교하고 시골마을을 다니기도 하였다. 사실 면소재지에 있는 학생들은 시내에 있어 문맹의 혜택을 받아 옷이나 신발과 학용품을 좋은 것을 사서 멋을 내고 영화나 음악도 보고 듣고 하였는데 시골촌놈으로 태어나 촌에서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읍내도 아니고 면소재지도 학교에 갈일 아니면 못가고 맨날 소 풀이나 먹이고 산에서 나무나 하는 일에 하루일과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출가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산소 앞에서 지난 세월을 점검하고 올곧게 다시금 출가 발심의 서원을 세우고자 한다. 불법의 인연을 회상해 보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입산 100일 기도 후 신심을 다지고 출가의 서원으로 해인사에 성철스님을 뵙고자 백련암에 갔으나 뵙지 못하고 원당암에 인연 있는 노 보살님의 소개로 조계종 제10대 종정을 역임하신 혜암(慧菴)스님께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본래면목(本來面目)의 화두를 받아 지금까지 지남(指南)으로 삼으며 교학에 매진 할 때도 항상 쇠말뚝이 되었다. 출가하면서 발심하였던 그 서원(誓願)으로 쇠말뚝을 다시금 점검하기 위해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나옹선사께서 출가서원을 회상하고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그 깨달음을 중생에게 이롭게 하겠다는 서원(超出三界 利益衆生)’과 또한 원효스님의 발심 서원행으로 ‘ 일심의 근본을 깨닫고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겠다는(歸一心源 饒益衆生)과 같이 그리고 대승보살의 수행목표와 같이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는 중생구제의 원력행을 드러내는(上求菩提 下化衆生)’ 전법도생(傳法度生)의 원력행을 드러내고자 한다. 유년시절 보이스카우트 정신으로 ‘인격양성, 사회봉사, 심신의 단련, 협동심의 양성’ 이러한 정신이 곧 대승보살의 일체중생의 지혜의 완성, 즉 이타자리(利他自利)의 보살행에 계합하는 뜻일 것이다. 


아래 게송은 새벽 예불시간 모든 사찰에서 축원하는 나옹선사의 발원(發願)으로 행선축원문을 독송해 본다.


발원(發願)

원하노니 나는 세세생생에  願我世世生生處 

언제나 반야에서 물러나지 않고서 常於般若不退轉

저 본사처럼 용맹스런 의지와 如彼本師勇猛志

저 비로자나처럼 큰 각과와   如彼舍那大覺果

저 문수처럼 큰 지혜와 如彼文殊大智慧

저 보현처럼 광대한 행과 如彼普賢廣大行

저 지장처럼 한없는 몸과  如彼地藏無邊身

저 관음처럼 30응신으로  如彼觀音三十應

시방세계 어디에나 나타나 十方世界無不現

모든 중생들을 무위에 들게 하며 普令衆生入無爲

내 이름 듣는 이는 삼도를 면하고  聞我名者免三途

내 얼굴 보는 이는 해탈을 얻게 하며  見我形者得解脫

이렇게 항사겁을 교화하여  如是敎化恒沙劫

필경에는 부처도 중생도 업께 하여지이다 畢竟無佛及衆生

원컨대 모든 천룡과 팔부신장님 願諸天龍八部神

나늘 보호하기 위해 내 몸 떠나지 않아  爲我擁護不離身

어떤 어려움에서도 어려움 없게 하여  於諸難處無諸難

이 큰 발원을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如是大願能成就

발원하고서 삼보에 귀명례합니다. 發願已歸命禮三寶

 

영덕불교문화원장 철학박사 서남사 주지 覺呑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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