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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月軒(강월헌)/서산대사 휴정(休靜)
-달이 뜬 강월헌에서 선정의 상태에 들다-
左手捉飛電 (좌수착비전) 왼손으론 번쩍 나르는 번개를 잡고
右手能穿針 (우수능천침) 오른손으론 바늘에 실을 꿸 수 있겠네
山雲生定眼 (산운생정안) 산마루에 이는 구름은 안목을 바로잡고
江月入禪心 (강월입선심) 강물에 비친 달은 선정상태에 들게 하네
위의 게송은 서산대사(1520∼1604)께서 강월헌(江月軒)에서 선정상태에서 지은 활구(活句)이다. 경북북부1교도소 소장님이신 최진규 소장님께서 교정행정에 종사하시는 직원 분 들과 교도소에 수형생활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세간의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서 무루의 지극한 행복인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중도실상을 증득하시길 발원하면서 여주 신륵사 강월헌에서 서산대사께서 임진왜란에 승병으로 출정하여 나라를 구하는 충정의 마음으로 휴정선사의 시를 송(頌)한 곳이라 한다.
강월헌은 나옹선사의 당호(堂號)로서 나옹선사(1320∼1376)는 1376년 밀양 영원사로 귀양 가는 도중에 여주 신륵사에서 열반불사를 펼치며 입적하여 화장하고 다비(茶毘)하였던 곳에 나옹선사의 호를 따서 3층 석탑아래에 6각형의 정자를 지은 곳이다. 강월헌이 있는 여주 신륵사는 목은 이색이 말하길 여주를 “들은 평평하고 산은 멀다”라고 하였다. 목은 이색은 외가인 영덕에서 태어나서 나옹선사와 함께 영덕에서 태어나 여주 신륵사에서 돌아가셨다. 신륵사는 옛 부터 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조선시대 문인 김수온은 ‘여주는 국토의 상류에 위치하여 산이 맑고 물이 아름다워 낙토라 불렸는데, 신륵사가 이 형승의 복판에 있다’고 그 절경을 노래하였다고 한다. 신륵사는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로서 절 앞에는 남한강이 한 구비 돌아 머물면서 넓은 모래 벌을 만들어 놓았다.
강월헌이 있는 신륵사는 신라 진흥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로 그 이름을 뒷받침하듯 넓은 광 장 중간에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경내에 이성계가 심었다는 향나무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나옹선사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은행나무가 그 기운을 받쳐주고 있다. 신륵사에서는 많은 문화재가 있는데 나옹선사와 관련 있는 보제존자석종(보물 제228호), 보제존자 석종비(보물 제229호), 대장각 기비(보물제230호), 보제존자 앞 석등(보물 제231호)등 7종의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다.
지난 수요일 경북 제1교도소(청송제1교도소) 첫째 주 법회를 주관하였다. 청송 주왕산 대전사 종무실장님의 부탁과 그 전에 대구불교방송총괄 박치민 국장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필연으로 하여 당일 수형자 법우들에게 전달할 공양물은 대전사 신도 분께서 청송 얼음골 옆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카페(KIKABONI)를 운영하면서 정성이 가득한 직접구운 공양물(빵120여 분) 지원해주어 고마운 마음을 새기며 10월2일 오후 점심을 일찍 먹고 출발하였다. 예전 소승은 2001년부터 청송교도소에 수형자 법우들과 인연이 되어 2002년에 정식으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청송교도소에 교정위원으로 위촉받아 포항교도소가 개소되어 옮기기 전까지 청송 제1교도소(현재 경북 북부 제1교도소)법회를 주관하였다. 교도소 첫 인연은 영해 관음사 주지로 계셨던 무원(탄봉)스님께서 교도소 자매법회를 가는데 함께 하자는 말에 동행하여 시작한 법회가 교도소 법회의 시작이었다. 법회에 동참하여 무심코 던진 한 수형자 법우께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였다는 분심(憤心)에 발심하여 불교 교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학부와 대학원까지 졸업까지 하게 되는 일부의 인연이기도 하다.
당일 법회시간보다 일찍 청송으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영덕에서 청송 진보로 향하는 지방도길이 편도 1차선이라 앞 차가 지체되면 그 영향으로 시간이 꽤 걸렸는데 영덕 상주고속도로가 개통되어 40여 분만에 교도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회복귀과 불교담당 조영흠 교위님께서 미리 마중 나와 바로 정문안으로 들어오는데 20여 년 보았던 갱생(更生)이라는 정문 바로안쪽에 아직 그대로 돌로 새겨져 글을 것을 보았다. 갱생(更生)이란 의미는 ‘다시 나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의 갱생은 현재 처해져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 또는 마음의 식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뜻을 의미 할 것이다. 주어진 수형기간을 채우면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삶에서 안주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신앙생활이나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난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출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갱생(更生)의 새겨진 돌을 보면서 나 자신이 다시 한 번 자기반성을 하고 깍은 머리를 만지고 옷깃을 여미면서 수행자 본분사를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사회복귀과에서 차 한 잔 하고 시간이 되어 대중법회에 임하였다. 불교회장의 식순에 의해서 삼귀의례, 찬불가, 반야심경에 이어서 청법가 의식에 자리하여 호흡에 집중, 자각하여 입정에 들고 나서 죽비 세 번에 나옹선사의 선시(禪詩) 한 편 송하고 50여 분 자기 고백하는 마음으로 그 간 인연의 소중함과 법사스님의 법문만 듣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신·해·행·증(信解行證)하는 방법을 간략히 설하고 회향하였다.
강당의 법회장소를 나오면서 교도소 소장님과 차 한 잔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어 담당교위님의 안내로 나오는데 포항교도소 계실 때 보안과장을 소임을 보셨던 유치근 사회복귀과장님을 만나 함께 눈인사하고 소장님을 뵙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여 본관 건물 2층 청사에서 최진규 소장님을 뵙고 차 한 잔하였다.
소승이 교도소법회에 가면서 준비한 나옹선사에 관한 게송 책과 영덕불교현황에 관한 책을 드렸더니 신륵사에 다녀오신 말씀을 하시면서 신륵사의 관해 소장님의 알고 계시는 문화재를 언급하셨다. 그 중에서도 나옹선사의 보제존자 석종와 석종비문에 새겨진 글 보는 순간 전율[환희용약(歡喜踊躍)]느꼈다고 하시면서 나옹선사가 열반하여 다비(茶毘)하였던 자리에 강월헌의 6각형의 정자로 남한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서산대사께서 활구(活句)하신 강월헌에 관한 시를 송(頌)하였던 말씀과 대웅전에서 서원을 세우길 경북 북부제1교도소 직원의 무탈함과 수형자 법우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형기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였다는 말씀에 고위공직자의 덕행(德行)에 마음속으로 공경지심(恭敬之心)이 들었고 1시간 남직 차 한 잔에 나옹선사와 신륵사에 관한 법담(法談) 그 마음에서 수행자 같은 담백함과 고위공직자가 지니는 선민후사(先民後私)의 정신을 느꼈으며 자신에 대한 엄격함, 직원에 대한 따뜻한 배려심으로 춘풍추상(春風秋霜)같은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소장님과 차 한 잔에 이심전심(以心傳心) 교감을 느끼며 잠깐 나눈 대화가 1시간이 넘어 함께 동행 하신 유치근 사회복귀과장님과 조영흠 불교담당 교위께서도 오후 업무 마무리도 하셔야 하고 소승이 저녁시간 약속도 있고 소장님께서도 바쁜 결제 업무가 있는 것 같아 한 달 뒤 따뜻한 차 한 잔에 담소하기로 약속하기로 하고 교도소 청사를 나섰다. 오늘 교도소법회에서 수형자 법우님들에게 전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소장님과의 차 한 잔하면서 나눈 시간들이 지금 여기 당나라 선승(禪僧) 임제의현(臨濟義玄)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간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장실을 나와서 교도소 정문을 벗어나면서 마음속으로 자문자답에 오늘의 소중한 시간들이 있기까지 경북북부제1교도소 법회에 다시금 인연 맺어 주신 청송 주왕산 대전사 주지스님과 종무실장님 그리고 따뜻한 빵을 만들어 직접 서남사에 배달해주신 대전사 신도 보살님, 교도소 불교담당 조영흠교위님, 유차근 사회복귀과장님, 최진규 소장님께 감사드리며 소승이 좋아하는 고려 말 고승 나옹선사의 깨달음의 활구(活句) 한 게송 송(頌)하면서 회향하고자 한다.
동쪽에서 솟은 해는 어디로 가는가 金烏東起向何方
남쪽 산이 아니면 북쪽 산이라 不是南山與北崗
아무리 가보아도 다른 길이 없거니 竟歲終年無異路
금년에도 또 꼭대기의 광명을 보노라 今年又見嶺頭光
영덕불교문화발전연구원장 서남사 주지 철학박사 覺呑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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