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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왕사 열반 650주년을 맞아 화마(火魔)을 통하여 전화위공(轉禍爲空)을 자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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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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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4년 11월18일 나옹왕사 후예(後裔)들이 소승의 고향 함안 대산 축구회와 영해 예주OB팀을 영덕 해맞이 조기축구회에서 초청하여 영덕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땀 흘리면서 운동하고 한 때의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었다. 그때 함안 대산 축구회원분들께서 해맞이 조기회가 대산축구회 창단 28주년을 즈음하여 5월10일 초청받아 함안으로 가기로 하였으나 영덕 대형산불로 인하여 부득불 함께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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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함안 대산축구회팀의 회원분들이 화마로부터 위로차 산불 성금도 전달하고 영덕의 청정한 좋은 해풍의 기운을 충만코저 영해예주OB팀과 함께 운동장에서 산불로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오랜만에 뜻깊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700여 년 전 이 곳 영덕 창수면 가산 불미골에서 태어나신 성인 나옹왕사 열반 650주년에 왕사께서 남기신 곡란(谷蘭)의 활구(活句)가 생각난다.


萬壑幽深嵒石中 

만 골짝 깊고 깊은 돌바위 틈에

馨香異草繞溪松 

향기로운 이상한 풀이 시냇가에 솔을 둘어쌌다

重重曡疊千峯裏 

층층히 포개진 많은 봉우리 속에

忽地花開遍界通 

갑자기 꽃을 피워 온 누리를 덮었네

 

산불의 화마가 청정하고 덕 높은 영덕 땅을 삼켜 지나갔지만 우리들 마음속의 청정한 덕성(德性)의 자성은 여여부동(如如不動)하여 잿더미 속에서도 불성(佛性)의 자비의 꽃은 영롱하리라고 생각된다.   


자시필어악경(慈施必禦惡徑) 

자비로 보시함은 반드시 악도를 방비한다.

내무일물래(來無一物來) 

올 때에 한 물건도 가져옴이 없었고

거역공수거(去亦空手去) 

갈 때에도 또한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

자재무연지(自財無戀志) 

나의 재물도 아끼는 마음 없어야 하는데

타물유하심(他物有何心) 

다른 이의 물건에 어찌 마음을 두랴.

만반장불거(萬般將不去) 

만 가지라도 가져가지 못하고

유유업수신(唯有業隨身) 

오직 업만이 몸을 따르느니라.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되느니라.


위의 게송은 지눌(知訥1158∼1210)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원효(元曉617∼686)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과 함께 엮어 야운(野雲14세기 중후반)스님의 『야운 자경서(自警書)』에 있는 게송이다. 자경이란 몸과 입과 뜻을 항상 경계하는 것이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은 불교 입문서로서 조선 태조 6년(1397) 흥천사 상총선사가 태조의 뜻을 따라서 배우는 것을 모든 사찰의 청규법(淸規法)으로 정하여 시행한 것이다.


지눌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은 불교에 입문한 초심 학인이 알아야 할 범절과 수행에 관한 내용이고,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은 수행의 중요성과 수행의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다. 또한 야운스님의 『야운자경서(野雲自警書)』는 수행하는 출가 대중이 알고 지켜야 할 법규에 대해 쓴 것이다.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은 지눌이 48세가 되던 해(1205년,희종1)에 쓴 글로서 불문에 들어온 초심자의 일상 규범과 승당 생활에서 명심할 것과 공부하는 마음가짐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고 있다.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은 입산수도의 이익 및 그 필요성을 간명하게 논술하고, 또 수행방법과 그 결심을 초심자에 알맞도록 요긴하게 서술한 것이다. 야운스님의 『자경문(自警文)』은 매우 짧은 글이지만 앞의 두 글에 비해서는 오히려 긴 편이다.


나옹왕사 열반 650주년 음력 5월 보름을 맞아 당시 나옹왕사의 시자로서 소임을 다하면서 왕사께서 입적 후 중국 닝보(寧波)를 거쳐 스자좡(石家莊)으로 들어가, 수 몇 수권의 불교 법도 철학 서책을 구하여 가지고 1377(우왕3)에 귀국하여 1380년대 초중반에, 병으로 인하여 40대 중후반에 입적한 후 스님께서 저서로 남기신 것이다. 위의 게송은 야운스님의 『야운자경서(野雲自警書)』의 일부 글을 옮겨보았다. 


소승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나옹왕사와 전법도생’의 출간에 앞서 원고 마지막 교정을 보는 과정에 지난 3월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격히 영덕으로 번져 25일 서남사를 비롯한 민가 1600여 채가 전소 및 파손되어 현재는 영덕군에서 지원한  임시 주택 900여 동을 조성하여 일부 입주가 완료되어 입주하여 계시는 분도 계시고 아직도 영덕군에서 제공한 임시 주거시설에서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것으로 알고 있다.


화마로부터 서남사도 전체 전소되었다. 극락전을 비롯한 모든 전각과 주불(主佛)을 비롯한 1만 2천 여권의 장서(藏書)등 출가 이후 간직한 모든 것들이 화마에 한 순간에 재로 변하였다. 평소 신도 분들 앞에 말하길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되느니라.”

라는 야운스님의 게송을 말하면서 염불을 비롯한 자신의 근기에 맞게 일념 정진하여 마음자리를 밝히시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내 자신 막상 큰 재난을 겪고 나니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막막하면서 평상심(平常心)은 여여(如如)하고 있는가 시시각각 자문자답(自問自答)하였다.


산불 화마 당시 서남사 전소되고 혼자 도량을 포행하면서 생각하길 일단은 의식주 중 제일 먼저 잠자리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서남사가 흔적 없이 사라진 모든 전각 앞에 아무것도 놓을 수 없어 임시 거처를 마련할 요량으로 서남사 도량 도로 건너에 컨테이너 하나를 구입하였다. 한전에 연락하여 전기를 가설하고 하루 밤을 보내면서 예불을 모시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보니 서리가 내려 추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지상에 주위 모두가 잿더미라 화장실이 따로 없어 뒷산 중턱에서 볼일을 보면서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별빛이 영롱하여 어릴 때 지붕이 허술한 시골 뒷간에서 큰 볼일을 보면서 별빛을 볼 때의 기억이 떠올라 모든 것을 잃었지만 물아일여(物我一如)를 느끼면서 평소 지송하던 왕사의 효당(曉堂)의 시가 생각난다.


衆星殘處見前程 뭇별이 사라지는 곳에 앞길이 보이는데

一室寥寥內外眀 한 방에 고요하고 안팎이 밝아진다

從此昬雲消散盡 이로부터 어두운 구름은 모두 사라지리니

六窓風月自新淸 여섯 창에 바람과 달은 절로 맑고 새로우리

 

모든 것을 잃었지만 우주를 얻은 기분으로 여여(如如)하여 날이 밝아 밤에만 볼일을 볼 수 없어 이동식 화장실을 구입하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을 조금씩 구하였다.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 하여 춥고 배고파야 수행이 된다는 옛 선사들의 말씀을 새기면서 환경의 변화를 통하여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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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많은 분들께서 영덕 대형산불로 서남사가 전소된 것을 아시고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고 전화로 위로와 격려 주시고 보시금을 전달하여 주셨다. 인연있는 스님들과 인연이 없는 스님들께서도 전화와 보시금을 보내주셔서 큰 힘을 얻고 정진할 수 있었다. 산불 이후 2달 정도에 출가 이후 크나큰 변화가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태우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과 텅빈 충만감을 느끼면서 나 자신과 사물을 대하는 중도정견(中道正見)을 보는 힘이 생겨다고 할 까 여하튼 인연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일평생 서남사에서 기도 정진한 인연있는 분들과 창건주 보살님과 전 주지스님께는 도량을 지키지 못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한이 없다.


또한 화마를 통해 연민의 자비심을 드러내어 현재의 힘든 삶을 이겨내라고 전해주신 마음이 넘쳐 보시금이 과분하였다. 하여 소승이 임시 머물던 컨테이너를 노천법당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주거용 컨테이너와 공양간을 마련하고 보내주신 무량한 자비보시금의 3분의 1은 서남사 신도분 중 큰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 회향하였다. 또한 소승과 인연있는 타 종단수장으로서 정진하고 계시는 분들께 서남사에 보시금을 내지 말고 영덕군청에 내시기를 청하여 회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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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후 2달에 걸쳐 잿더미로 변한 도량을 일부 정리하고 다시 일어나 평소 인연된 포항과 청송교도소법회와 대승불교 일불회 돈오일문(頓悟一門)의 모임과 영덕 나옹왕사의 젊은 후학들이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영덕해맞이 조기축구회의 불심을 통해 소통과 화합에 열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금 번 나옹왕사 열반 650주년을 맞아 왕사의 전법도생의 길을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한번 정진하고자 한다.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을 되새기며 열심히 정진하는 길만이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이번 영덕 대형산불이 전화위공(轉禍爲空)의 계기고 삼고자 하며 왕사의 열반 650주년을 맞아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나옹왕사의 활구(活句) 올리고자 한다.


소암(笑菴)

今日靈山事歷然 

오늘도 영산의 일리 분명하나니

六窓開豁曉風寒 

여섯 창을 활짝 여니 새벽바람 차가워라

微微含喜誰能測 

빙그레 짓는 미소 누가 알아 보겠는가

四壁玲瓏物外閑 

네 벽이 영롱하여 세상 밖에서 한가하다.


나옹왕사문도회장 서남사 주지 철학박사 覺呑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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