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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나라 구도행
정해년(1347) 11월에 북을 향해 떠나 무자년(1348) 3월 13일에 대도 법원사에 이르러, 처음으로 서천의 지공스님을 뵈었다.
지공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고려에서 왔습니다.”
"배로 왔는가, 육지로 왔는가, 신통으로 왔는가?"
"신통으로 왔습니다.”
“신통을 나타내 보여라,”
스님은 그 앞에서 가까이 가서 합장하고 섰다.
지공스님은 또 물었다.
“그대가 고려에서 왔다면 동해 저쪽을 다 보고 왔는가?"
“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 왔겠습니까?"
“집 열두 채를 가지고 왔는가?”
"가지고 왔습니다.”
"누가 그대를 여기 오라 하던가?"
“제 스스로 왔습니다.”
"무엇하러 왔는가?”
“뒷사람들을 위해 왔습니다.”
지공스님은 허락하고 대중과 함께 있게 하였다.
어느 날 스님은 다음 게송을 지어 올렸다.
산과 물과 대지는 눈앞의 꽃이요 삼라만상도 또한 그러하도다
자성이 원래 청정한 줄 비로소 알았나니 티끌마다 세계마다 다 법왕의 몸이라네.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서천의 20명과 동토의 72명은 다 같은 사람인데 지공은 그 가운데 없다. 앞에는 사람이 없고 뒤에는 장군이 없다. 지공이 세상에 나왔는데 법왕이 또 어디 있는가.”
나옹스님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법왕의 몸, 법왕의 몸이여 삼천의 주인이 되어 중생을 이롭게 한다.
천금(千劍)을 뽑아들고 불조를 베는데 백양(百楊)이 모든 하늘을 두루 비춘다.
나는 지금 이 소식을 알았지만 그래도 우리 집의 정력만 허비 했네
신기하구나, 정말 신기하구나 부상(扶桑)의 해와 달이 서천(西天)을 비춘다.
지공스님이 응수했다.
"아버지도 개요 어머니도 개며 너도 바로 개다.”
스님은 곧 절하고 물러갔다.
그달에 매화 한 송이가 피었다.
지공스님은 그것을 보고 게송을 지었다.
잎은 푸르고 꽃은 피었네 한 나무에 한 송이 사방팔방에 짝할 것 하나도 없네
앞일은 물을 것 없고 뒷일은 영원하리니 향기가 이르는 곳에 우리 임금 기뻐하네
나옹스님은 여기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해마다 이 꽃나무가 눈 속에 필 때 벌 나비는 분주해도 새봄인 줄 몰랐더니
오늘 아침에 꽃 한 송이 가지에 가득 피어 온 천지에 다 같은 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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