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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두설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전남 강진 백련사 대웅전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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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신문= 최우성 기자] 이 이야기는 빈두설경이라는 불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어떤 사람이 들판에 나가서 놀다가 미쳐 날뛰는 코끼리 한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놀라서 뒤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도망치다가 코끼리를 피하기 위하여 들판에 있던 옛 우물터로 뛰어들었다. 우물 안에서 그는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한동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숨을 돌리고 보니 그곳에는 또 다른 적이 있었다. 우물 바닥 네 구석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물 한 복판에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내품고 있는 것이었다.
위에서는 미친 코끼리가 내려다 보고 있고, 밑에서는 독룡과 뱀이 혀를 날름거리니,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등나무 넝쿨에만 몸을 의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흰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서 서로 번갈아 그 나그네가 붙잡고 있는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머리 위의 큰 나뭇가지에는 몇 마리의 꿀벌들이 꿀을 따다 나르고 있었다. 그 꿀벌의 집에서는 그때마다 꿀이 한방울씩 떨어져서 지친 나그네의 입안으로 똑똑 떨어져 들어 갔다. 그는 절체절명의 힘든 상황에서도 한방울씩 떨어지는 꿀의 단 맛에 취해서 모든 위험을 잊고 도취되었다. 그러는 동안 메마른 대지에는 갑자기 불이 일어나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위험을 만난 사람은 인생,
코끼리는 무상,
우물은 생사,
등나무 줄기는 생명줄,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뱀과 독룡은 죽음,
벌은 헛된 생각,
꿀은 오욕,
들판의 불은 늙고 병듦을 각 각 비유한다고 한다.
하루 하루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세월은 흘러서 가고 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방울씩 떨어지는 꿀맛에 잠시나마 행복을 느껴보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되묻고 있는 그림이다.
백련사의 벽화에는 코끼리가 아니라 사자로 바뀌어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줄거리는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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