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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석등은 대웅전 극락전 비로전 등 절의 중요한 건축물이나, 야외에 세워진 불상 앞에 불을 밝히기 위하여 세운 조형물이다. 석등은 그 뜻과 같이 불을 밝히는 돌로 만든 조형물이지만 단순히 어두운 밤에 불을 밝히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부처님을 모신 전각 앞에서 중생계의 무지를 부처님의 진리로 밝힌다는 의미가 있으며, 또 등불이란 등잔 속에 기름으로 자신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힘으로 자기 안에 있는 깨달음의 불성을 보이고자 하는 큰 뜻도 있다. 곧 불을 밝힌다는 것은 자신을 태워서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도 포함한 것으로 타인을 위해 자신의 바른 행동으로 보살행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원대한 대승불교의 보살행을 석등이라는 조형물에 표현하고자 하였기에, 한국의 석등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매우 정교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해왔다. 이런 석등은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불교조형물로 시대를 거치면서 발달하여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나, 대승불교가 활짝 피어난 중국이나, 한국불교가 전수된 일본과 달리 매우 독특한 형상으로 다양하게 발달되어왔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의 석등과는 너무도 다른 흥륜사 석등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흥륜사석등은 신라불교의 초기 절이었던 경주의 흥륜사터에서 발굴된 석등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흥륜사에서 약 1km 떨어진 경주 최부자집 근처 민가 [석등있는 집]의 정원에 정원의 장식조형물로 있다. 이 석등이 흥륜사에서 왜 이리 옮겨지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력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오랜 전란과 불교의 탄압시기를 거치면서 보호받지 못하고, 땅속에 파묻혀 있었거나 방치되어 있던 것이 이리 저리 다니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라시대 흥륜사 절의 위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크고 높았다. 흥륜사는 신라 왕실이 불교를 공인하고 처음 지은 절이다. 이차돈 순교로 불교가 공인 된 뒤, 법흥왕은 그를 위하여 이곳에 절을 짓고 '이차돈의 순교비'를 세웠다. 법흥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던 진흥왕은 왕위를 이양한 뒤 불교에 더욱 심취하여 왕궁을 버리고 출가하여 흥륜사에서 스님으로 머물렀다.
진흥왕은 이 절을 '대왕흥륜사'라 이름을 바꾸고, 궁중에서 자신을 시중하던 많은 사람들을 이 절에 머물게 하였다. 진흥왕의 출가후 법명은 법운(法雲)으로 '대왕흥륜사'의 주지가 되어 절을 크게 중창하고 흥륜사를 왕실과 국가의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절로 가꾸었다. 흥륜사에는 많은 전설이 있는데, 삼국유사에 기록된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한 재상 김대성이 전생에 작은 밭을 보시한 것도 흥륜사 스님에게 였다고 하며, 또 김현이 아름다운 호랑이신부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부처닙오신날 흥륜사 탑돌이를 하다가 만났다고 한다.
지금 그 터에는 최근에 새로 창건한 흥륜사가 들어서 있지만 옛 영화를 느끼기에는 한 없이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남아있는 흥륜사석등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 석등은 한국의 보편적인 석등과 너무도 다른 형상이다. 한국의 석등은 크게 《기단석-간주석-화사석-옥개상륜》으로 구분되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을 밝히는 화사석이다. 그러나 흥륜사 석등은 여러층으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화사석에 해당되는 것이 없는 점이 특이하다.
흥륜사의 유물인 이 석등에 불을 밝히는 방법은 간주석 위에 연꽃으로 받치고 있는 3단의 평평한 곳에 등잔을 올려서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화사석이 없는 대신 평평한 받침돌을 3단으로 두어 불을 밝히면 마치 3층의 받침대가 있는 석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등잔을 올렸다면, 사방에 많은 등잔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기둥이 가운데만 있어서 등 주변은 모두가 환하게 밝힐 수 있는 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흥륜사터 석등은 이동 경로 정확히 알 수 없이 경주 최부자집 근처 [석등있는 집] 안채 정원에 있으며,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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