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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김옥자-
첫눈이 펑펑 내리는 동짓날
마음은 이미
고향 언덕으로 달러가
포근한 어머님 품에 안긴 듯
깊은 밤 참새처럼 지저귀며
구들목에 모여 앉아
형제들끼리 지지고 볶고
함께 즐겨먹던 팥죽의 별미
천지 신명님께 조상님에게
자식들의 앞길에
식구들의 건강을 사업의 번창을
빌고 또 비시던 어머님 생각
꽁꽁 얼어 붙은 길고 긴 이 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우리의 미래에 호화로운 삶보다
소박한 꿈을 키우고 싶어요
김옥자 시인의 동지(冬至)에 관한 시이다. 다가오는 임인년 12월 22일 06시 48분 동지이다. 24절기 중의 하나로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이 날을 기점으로 짧아지던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며 동지를 일양지생지일(一陽始生之日)이라 하여 양(陽)의 기운이 비로소 시작되는 날이라 여기는 것이다.
▲영덕 서남사
지난 2020년 경자년 동지를 맞이하여 ‘언택트(Untact)마음으로 먹는 새알 동지법회를 맞이합시다.’라고 기고하였고, 2021년은 신축년 ‘위드 코로나(With Corona)와 함께하는 동지법회’라고 기고하였다. 위와 같이 아직까지 코로나19가 우리들 일상에서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소승도 지난 12월7일 코로나19 백신 동절기 추가접종 5차 모더나BA.1를 접종하였다. 코로나 백신을 4차까지는 접종 휴유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별 무리 없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어느듯 몸이 적응을 하는 듯하다.
이러한 동지(冬至)를 맞아 몇 년 동안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도하는 마음을 먹었는데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팥죽을 먹으면서 내성(耐性)이 생겨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가 되었으면 발원한다. 불가에서는 동지를 전후해 팔관회(八關會)등 많은 불교법회를 함께 베풀어 졌다고 고려사에 기록하고 있으며 동지는 예부터 작은 설날이라 하여 한 해의 무사함에 감사하고, 부처님의 가피로 다가오는 모든 재난과 액운을 물리치고 각 가정의 평안과 복덕을 쌓는 우리민족의 명절로 여기고 있다.
또한 동짓날 팥죽을 먹게 되는데 동짓날 절식의 하나이다. 새알심이라 불리는 찹쌀경단을 함께 섞어 끊이는데 새알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데 마음의 나이를 먹어 시근(始根) 즉 근본이 들어가는 사리를 가길 줄 아는 철이 들어가고 나를 알아가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자각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 집 안팎으로 팥을 뿌리기도 한다. 팥의 붉은 기운이 악귀를 물리치고 팥죽을 먹으면 마음 가운데 악한 기운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우리가 동지법회에 동참하여 기도를 드리는 목적은 세간의 유한한 행복과 더불어 출세간의 무한한 행복인 안락을 위해서이다. 복된 생활이란 어두운 마음을 몰아내고 광명을 찾아 밝은 삶을 살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임인년 2022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를 비롯해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원화소복(遠禍召福)이란 말처럼 동지법회를 통하여 다가오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여 동지를 기점으로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한 해 가장 음의 기운이 강한 어둠의 마지막 날에서 새로운 밝음을 시작하는 날인 동지(冬至)야 말로 나 자신에게 멀리 여의고 싶은 것을 참회(懺悔) 발원하고 주변 이웃에게 자비(慈悲)의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통해 스스로 복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이번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을 통해 우주의 기운이 충만하여 각자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 세간의 복락을 얻고 구경(究竟)에는 출세간의 무루(無漏)의 복락을 증득하여 모두가 중도진리(中道眞理)에 부합(符合)하길 발원하면서 나옹선사께서 좌선(坐禪)하는 수좌(首座)에게 설하는 게송(偈頌) 한 편 송(誦)해 본다.
부좌선자(夫坐禪者)는 수달호지선(須達乎至善)하야
당자성성(當自惺惺)이니 절단사상(截斷思想)호대
불락혼침(不落昏沈)을 위지좌(謂之坐)요 재욕무욕(在欲無欲)하고
거진출진(居塵出塵)을 위지선(謂之禪)이며 외불방입(外不放入)하고
내불방출(內不放出)을 위지좌(謂之坐)요 무착무의(無着無依)하야
방광현전(常光現前)이니라.
무릇 좌선이라 하는 것은 모름지기 지선의 자리에 사무쳐서
마땅히 스스로 성성하게 함이니 온갖 생각을 끊고 끊으되
혼침한 데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이르되 坐라 하고,
욕심 경계에 있으되 욕심이 없고 티끌 세상에 살되
티끌에 벗어나는 것을 이르되 禪이라 하며
바깥 경계가 안으로 들어오지도 아니하고
안 마음이 바깥 경계로 나가지도 아니하는 것을
이르되 坐라 하고, 주착하는 데도 없고 의지하는데도
없어서 떳떳한 광명이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영덕불교문화원장 서남사 주지 철학박사 현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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