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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야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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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등록일
2022.07.18 11: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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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고려 말 나옹왕사께서 지여상좌(智如上座)를 화장(火葬)할 때 내리신 게송이다. 삼연(三緣)이란 근(根)과 경(境)과 식(識)으로서 이 화합에 상응하여 생겨나는 것이 식(識)이다. 이렇게 화합의 힘으로 습관적 집작이 생겨나고 그 속에서 식의 작용이 생겨나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만약 삼연(三緣)의 화합과 그 속의 업(業)을 끊어 낼 수 있다면 심해탈(心解脫)을 얻어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의식기능을 근(根, indriya)이라 하고, 그 기관과 기능의 대상을 경(境, visaya)이라 하며, 그 기관과 기능으로 대상을 식별하는 마음작용을 식(識,viññāṇa)이라 한다. 따라서 이 셋을 합친 말이 근경식(根境識)이다. 인간의 주요 감각기관인 눈(眼根), 귀(耳根), 코(鼻根), 혀(舌根), 몸(身根)의 오근[五根/五官]에 의식기관(意根)을 넣어서 육근(六根)이라고 한다. 근(根)이라 함은 초목의 뿌리라는 그러한 의미에서, 근원 혹은 근본이라는 뜻이다. 즉,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이라는 외경(外境)을 인식하는 데에 있어서 근본이 되는 것이므로 근이라고 한 것이다. 


또한 육근의 기관과 기능의 대상을 경(境, visaya)이라 하며 육경(六境)이란 색(色-모양과 색깔), 성(聲-소리), 향(香-냄새), 미(味-맛), 촉(觸-촉각), 법(法)이라는 여섯 가지 인식대상을 뜻한다. 여기서 법(法)은 의근(意根)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기쁘다든가, 슬프다든가, 밉다든가, 예쁘다든가 하는 마음작용을 말한다.


그리고 그 기관과 기능으로 대상을 식별하는 마음작용을 식(識,viññāṇa)이다. 우리들의 인식작용이라고 하는 것이 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서로 상응해서 일치해 일어난 현상이다. 따라서 근(根)과 경(境)만 있고 식(識)이 없으면 즉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본 것이 아닌 것이다.


『증일아함경』에는 “눈은 색(色)으로써 식[음식]을 삼고”, “귀는 성(聲)으로써 식[음식]을 삼는다.”고 했다. 눈의 음식은 색이다. 귀의 음식은 소리다. 그래서 좋은 구경 보고 싶다, 좋은 음악 듣고 싶다고 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 향불을 피운다. 이것은 중유(中有)라는 중생은 향을 가지고 음식을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물은 다만 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눈에도, 귀에도, 코에도 필요한 것이다.


 부처님이 제법을 오온(五蘊), 12처(十二處), 18계(十八界) 등으로 분류한 것은 결국 제법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공성(空性)의 지혜를 관찰하고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범부들은 육근(六根)이 바깥 대상인 육경(六境)을 만나 일어난 육식(六識)가 영원하고 즐겁고 나와 내 것이라고 집착한다. 그 때문에 온갖 괴로움이 뒤따르는 것이다. 나와 대상이 영원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이러한 범부의 생각을 버리고 진공묘유(眞空妙有)의 대아(大我)를 취한 스님께서 육신(肉身)와탈(臥脫)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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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7일 지역에서 수행 정진하던 적멸사 일성비구니 스님께서 세수73세 법납35세 입적에 들어 7월15일 백일홍(배롱나무) 만발한 청명하고 맑은 하늘에 서남사에서 49재를 봉행하였다. 스님께서는 지병(持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육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올곧게 이사(理事)에 걸림이 없는 가행정진(加行精進)하던 분이었는데 모든 인연들을 정리하고 와선(臥禪)에 들어 육신의 몸을 홀연히 벗어버렸다.  


평소 일성비구니스님께서는 계율을 근본으로 삼고 사시불공과 조석예불을 지키고 영덕불교사암연합회의 공식적인 법회에는 꼭 참석하여 지역불교의 소통을 통하여 화합과 발전에 일조하였으며 그 밖에 불사(佛事)가 아닌 일에는 절대 산문 밖을 나서지 않고 정진하여 사량(思量)분별(分別)을 버리고 진여(眞如)대기(大器)대용(大用)의 면모를 후학(後學)들에게 모범됨을 보여 주었다.  


입적(入寂) 후 49재에는 스님의 덕화(德化)가 드러나 지역에 정진하는 스님들과 종단에 인연있는 사형사제 30여 스님들이 동참하고 스님의 은사스님이신 포항 원해사 대광대종사께서도 참석하여 스님의 이승의 마지막 가는 길에 중도실상(中道實相)을 증득하길 발원하고 또한 스님의 덕화(德化)가 사바세계에 꽃 필 수 있도록 환귀(還歸)본토(本土)하길 함께한 사부대중 모두가 서원(誓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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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49재 의식은 서남사 법당에서 대령과 관욕의식과 상단불공을 하고 신중퇴공하여 관음시식으로 참석한 사부대중 모두가 일심으로 염불(念佛)합송(合誦)하였다. 법당에서의 모든 의식을 회향하고 소대(燒臺)에서 소전진언(燒錢眞言)과 봉송진언(奉送眞言) 그리고 상품상생진언(上品上生眞言)을 마치고 보회향진언(普回向眞言)을 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일고 마지막 사구게(四句偈)를 대중들이 함께 합송하는데 하늘에 오색구름이 피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성비구니스님의 화현(化現)하였다고 하였다. 불가사의 한 모습은 일평생 스님의 육신의 고통을 뛰어넘어 가행정진의 힘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火蕩風搖天地壞 화탕풍요천지괴

 寥寥長在白雲間 요요장재백운간

一聲揮破金城壁 일성휘파금성벽 

 但向佛前七寶山 단향불전칠보산


불길솟고 바람불어 하늘과 땅 무너져도 

고요로운 한마음은 백운간에 길이 있네

한소리에 금성벽을 깨트려서 부수워도

이젠 다만 부처님전 칠보산을 향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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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가셨지만 스님의 법신(法身)의 덕화(德化)는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다. 정진하던 도량을 그대로 두어 후임 주지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두었고 입적을 예감하였든지 육친의 가족이 스님의 유언에 따라 49재를 봉행하고 원만 회향하는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길이지만 스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중도실상(中道實相)의 무소유(無所有)의 실천행을 지금 여기 바로 보여 주신 것이다.  


 금번 일성비구니스님께서 입적(入寂)과 함께 49재 봉행에 함께 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었든 것은 영덕불교사암연합회원스님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고 또한 총무 광명사 일월스님께서 생전에 고인에 대한 시봉과 함께 49재 회향 염불봉사로 노고(勞考)에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

아래 글은 평소 살아생전에 즐거 인용하던 돈황본 육조단경에 신수대사의 오도송을 드러내어 옮겨보았다. 이 게송을 보고 듣고 모두가 불취어상(不取於相) 여여부동(如如不動)하시기 서원(誓願)해본다.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

莫使有塵埃 막사유진애

이 몸은 보리수이고 

내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번뇌가 끼지 않게 하여라.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영덕불교사암연합회장 서남사 주지 철학박사 현담 분향합장(焚香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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