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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왕사 불적답사길 "구도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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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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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게송을 지어 주었다.

 

회암(檜岩)의 판수(板首)가 운문(雲門)을 꾸짖고 백만의 인천(人天)을 한 입에 삼켰네

다시 밝은 스승을 찾아 참구한 뒤에 집에 돌아가 하는 설법은 성난 우레가 달리듯 하리.

 

나옹스님은 절하고 하직한 뒤에 명주(明州)의 보타락가산(補陀洛迦山)으로 가서 관음을 친히 뵈옵고, 육왕사(育王寺)로 돌아와서는 석가상(釋迦像)에 예배하였다. 그 절의 장로 오광(悟光)스님은 다음 게송을 지어 나옹스님을 칭찬하였다.

 

분명히 눈썹 사이에 칼을 들고 떼를 따라 죽이고 살리고 모두 자유로워

마치 소양(昭陽)에서 신령스런 나무 보고 즐겨 큰 법을 상류(常流)에 붙이는 것 같구나.

 

나옹스님은 또 설창(雪窓)스님을 찾아보고 명주에 가서 무상(無相)스님을 찾아보았다.

또 고목영(枯木榮)스님을 찾아가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았는데 고목스님이 물었다.

수좌는 좌선할 때 어떻게 마음을 쓰는가?"

쓸 마음이 없소.”

쓸 마음이 없다면 평소에 무엇이 그대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가?”

 

스님이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니 고목스님이 말하였다.

"그것은 부모가 낳아준 그 눈이다. 부모가 낳아주기 전에는 무엇으로 보는가?"

 

나옹스님은 '!'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어떤 것을 낳아준 뒤다 낳아주기 전이 다 하는가?” 하니 고목스님은 곧 스님의 손을 잡고, “고려가 바다 건너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하였다. 나옹스님은 소매를 떨치고 나와 버렸다.

 

임진년(1352) 42일에 무주(霧州) 복룡산(伏龍山)에 이르러 천암 원장스님을 찾았다. 마침 그 날은 천여 명의 스님네를 모아 입실할 사람을 시험해 뽑는 날이었다.

 

나옹스님은 다음의 게송을 지어 올렸다.

 

울리고 울려 우레소리 떨치니 뭇 귀머거리 모두 귀가 열리네.

어찌 영산(靈山)의 법회뿐이었겠는가 구담(瞿曇)은 가지도 오지도 않네.

 

그리고 절차에 따라 입실하였다.

 

천암스님은 물었다.

"스님은 어디서 오는가?"

정자선사에서 옵니다.”

부모가 낳아주기 전에는 어디서 왔는가?"

"오늘은 42일입니다.”

 

천암스님은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구나하고 곧 입실을 허락하였다.

나옹스님은 거기 머물게 되어 여름을 지내고 안거가 끝나자 하직을 고했다.

 

천암스님은 손수 글을 적어 주며 전송하였다.

 

석가 늙은이가 일대장교를 말했지만 그것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다. 마지막에 가섭이 미소했을 때 백만 인천이 모두 어쩔 줄을 몰랐고, 달마가 벽을 향해 앉았을 때 이조는 눈 속에 서 있었다. 육조는 방아를 찧었고, 남악(南嶽)은 기왓장을 갈았으며, 마조(馬祖)의 할() 한 번에 백장(百丈)은 귀가 멀었고, 그 말을 듣고 황벽(黃葉)은 혀를 내둘렀었다. 그러나 일찍이 장로 수좌를 만들지는 못하였다.

 

진실로 이것은 이름을 붙일 수도 없고 형상으로 그릴 수도 없으며, 칭찬할 수도 없고 비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저 허공처럼 텅 비어 부처나 조사도 볼 수 없고 범부나 성인도 볼 수 없으며, 남과 죽음도 볼 수 없고 너나 나도 볼 수 없다. 그 범위에 이르게 되어도 그 지경이라는 테두리도 없고, 또 허공의 모양도 없으며 갖가지 이름도 없다. 그러므로 형상도 이름도 떠났기에 사람이 받을 수 없나니, 취모검(吹毛劍)을 다 썼으면 빨리 갈아두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취모검은 쓰고 싶으면 곧 쓸 수 있는데 다시 갈아 두어서 무엇 하겠는가. 만일 그대가 그것을 쓸 수 있으면 노승의 목숨이 그대 손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그것을 쓸 수 없으면 그대 목숨이 내 손 안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할을 한 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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