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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개심사(開心寺)는 서산시 해미면 상왕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절이다. 개심사가 자리한 상왕산(象王山)은 코끼리 중에 왕이란 뜻으로, 불교에서 코끼리는 보현보살을 상징하며, 보현보살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철저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중생구제를 위해 실천의 보살로 정해져있다.
개심사 절이 깃든 산과 절이름을 함께 생각해보니, 개심사는 중생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고 굳은 믿음으로 보살의 마음을 내어 이 세상을 불국토로 바꾸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이름으로 어쩌면 개심사를 창건한 스님들의 뜻이 아닌가 싶다.
개심사는 현재 충남의 4대고찰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다. 이곳은 바다가 인접한 절로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절이기도 하였다. 서산 간척지 사업의 완성으로 지금은 내륙의 절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개심사의 기원은 백제시대 의자왕 14년(645) 혜감스님이 창건한 절로 전하고 있으며, 고려 충정왕 2년(1350) 저능대사가 절을 중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이상의 자세한 일화와 내력은 전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
역사가 깊은 한국의 절들을 찾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한국의 사찰임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러나 그 어느 유서깊은 절이나 천년이 더 되는 동안 쌓아두었을 자세한 기록이 전하지 않고 먼 나라의 설화를 듣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곳 개심사 또한 창건주와 중창주에 대한 너무도 약소한 기록만을 전하는 이야기로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나,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절이 오늘에 있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꾸고 지켜왔는가를 생각하면 아쉬움 속에 다시 고마운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개심사의 많은 전각 중에 가장 오래되고 또 귀하게 여겨지는 건물은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부처를 모신 건물이라는 뜻으로, 대웅보전은 대웅전을 높여부르는 건물의 이름이다. 이 대웅보전은 건물의 크기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자그마한 건물에 지붕의 형태는 맞배집으로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그런데 대웅보전으로서의 격을 갖추고자 기둥 위에는 공포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는데, 기둥과 기둥 사이에 2개의 간포(사이에 설치한 공포)를 두어 최소한으로 권위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개심사의 대웅보전은 비록 건물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내부에 모셔진 부처님과 후불탱화는 조선시대 불상과 탱화로서는 매우 오래된 걸작으로 여겨진다. 특히 후불탱화는 극락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놓았으며, 부처님 당시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적 이야기로 전하는 아버지인 빔비사라왕과 아들인 아사세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한 무량수경을 그림으로 표현한 '관무량수경변상도'를 탱화로 그려놓은 것으로 보여, 전국 많은 절들에서 본 그 어떤 탱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귀한 탱화라고 여겨진다.
개심사의 대웅전은 처음 건축한 연대는 백제시대의 것이었겠으나, 현재의 대웅전 기단은 백제시대 화재로 멸실된 곳에 성종15년(1484)에 다시 지었다고 하니, 임진왜란을 거치면서도 화를 면하고 살아남은 아주 귀한 전각이다. 이런 귀한 가치를 인정하여 개심사 대웅전은 보물 제143호로 지정받아 오늘에 전하고 있다.
개심사의 배치는 대웅보전 마당을 중심으로 직교축을 이루며, 대웅전의 반대측에는 안양루가 놓은 석축 위에 있다, 대웅전과 안양루가 이루는 축선과 직각으로는 심검당과 요사채가 마주보고 있어 그 내부공간이 바로 개심사의 가장 핵심공간이며, 중요 행사는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차츰 증축되는 과정에서 팔상전 명부전 등은 요사채의 주변으로 분산되어 지어져, 불전의 예불공간과 스님들이 거처하는 공간이 섞여있어 정연함이 깨지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산지사찰로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차츰 고칠 수 있으면 더욱 좋은 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름다운 자연속에 개심사를 돌아보며 꼭 살펴보아야 할 것은, 절의 건물들에 사용된 자연스러운 목재들이다. 한국의 절들이 대부분 자연속에 건축물이 자연으로 승화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개심사의 전각들은 다른 어느 곳 보다도 그런 건물들이 많았다.
종각의 4기둥은 그야말로 춤을 추는 듯하고, 종무소의 입구의 기둥과 요사채의 일부기둥과 보 또한 휘어지고 뒤틀림이 마치 춤추는 듯 하였다. 대웅전 맞은 편에 있는 안양루의 대들보는 마치 용트림한 용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이런 건물들을 한번에 여럿 볼 수 있는 곳은 오직 개심사에서만이 아닌가 싶다.
개심사는 언제 보아도 좋으나, 특히 4월 봄꽃이 피는 때면 흐드러진 꽃들과 함께 자연속에 모두 함께 자연인이 됨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의 개심사를 돌아보며 가을 겨울의 모습도 상상하며 다시 찾을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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