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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교도소 일심동행 계묘년 따뜻한 마음 함께 회향하는 송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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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등록일
2023.12.05 09:37
조회수
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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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歲暮)/정연복 시인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새해 첫날을 맞이했던 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올해도 정말이지 꿈같이

바람같이 흘러갔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들

세모같이 앙칼진

마음으로 지낸 날들이 많다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는 올해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시간들 강물처럼 흘러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동그라미의 마음으로 살자.


계묘년 한 해 한 장의 달력을 남겨놓은 11월의 마지막 날 포항교도소 교정협의회 송년의 밤을 함께 하였다. 매년 교도소와의 인연을 접으리라고 생각하였지만 생각 많 큼 싶지가 않다. 30여 년 전 청송 제1교도소의 첫 인연을 걸고 10여 년을 옛 선사의 말씀처럼 상대의 허물이 내 허물의 그림자라는 생각으로 내 자신의 허물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삼독심을 정화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포항교도소가 개소하고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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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항교도소 송년의 밤 자리는 교정교화의 원력을 덕목으로 하여 교정위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힘쓰시는 김승유 포항교도소 교정협의회장님의 인연과 또한 이 번에 두 분을 포항교도소 교정위원 위촉을 받는 최길동 경북일보 부국장님의 인연, 그리고 포항교도소 자비사(慈悲寺)법당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법하기 위해 마음을 내신 영덕 원통사 주지 현공스님과 송년의 밤을 함께 하였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시면서 수형자 교정교화에도 불교에서 말하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을 내서 계묘년 한 해 마무리하는 자리에 기쁜 마음으로 모두들 일심 동행하였다. 불법의 진리를 체득하고자 하는 보살은 인연 있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 주는 자(慈) · 비(悲) · 희(喜) · 사(捨) 네 가지의 자비심(慈悲心)이 있다.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첫째는 나와 인연 있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가짐이 자무량심(慈無量心)이며,  두 번째는 나와 인연 있는 분들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고통의 세계로부터 구해내어 깨달음의 해탈락(解脫樂)을 주려는 마음이 비무량심(悲無量心)이고, 세 번째는 나와 인연 있는 분들에게 고통을 버리고 낙을 얻어 희열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희무량심(喜無量心)이며, 네 째는 나와 인연 있는 분들에게 탐욕이 없음을 근본으로 하여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보고 미움과 가까움에 대한 구별을 두지 않은 마음가짐이 사무량심(捨無量心)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공업(共業)이라는 말이 있다. 『화엄경』 「여래수량품」에 “불자들이여, 비유를 들자면 삼천 대천세계가 한 가지 인연이나 한 가지 사실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한량없는 인연과 한량없는 사실로써 이루어진다. 이른바 큰 구름을 일으켜 큰 비를 내리고 네 가지 풍륜이 서로 지속하여 의지가 된다.”라고 한다. 또한 “ 네 가지란, 하나는 능이 지님(能持)이니 큰물을 지니기 때문이며, 둘은 능이 소멸함(能消)이니 큰물을 소멸시키기 때문이며, 셋은 건립함이니 모든 처소를 건립하기 때문이며, 넷은 장엄함이니 장엄하여 퍼뜨림이 다 교묘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 땅에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공동으로 선악의 업을 짓고 공동으로 고락(苦樂)의 인과응보를 받는 일을 의미한다. 공업(共業)은 선업보다는 악업의 경우에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거나 고통을 받게 될 때 흔히 공업(共業) 때문이라고 한다. 수형자가 교도소에서 자신의 죄업에 대한 과보를 받고 일정기간을 거쳐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교도소 직원과 교정위원이나 종교위원의 교화를 통하여 몸과 마음이 업식(業識)이 정화되어 나올 때 함께 더불어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으로 공동체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일심동행(一心同行) 함께 하는  이 자리는 계묘년 한 해 포항교도소 직원과 교정위원 모두에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사를 다하면서 서로에게 노고(勞苦)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새롭게 교정위원으로 위촉받는 분들에게도 세상을 높고 넓게 따뜻하게 보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그 와 같은 마음을 심어 주는 날인 것이다. 계묘년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모두가 마무리 잘하시고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 한 해 모두가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발원하면서 나옹선사의 선시(禪詩) 활구(活句) 한 편 송(頌)하면서 회향하고자 한다. 


시암(是菴)

본래 스스로 비고 밝아 한 점 티도 없나니 本自虛明絶點瑕

여섯 창에 차가운 달은 항하사 세계를 펼치고 六寒月徧河沙

그 가운데 어찌 부질없는 길고 짧음 있으랴 其閒那有閑長短

법계를 모두 머금어 한 집을 만들었네.  法界容共業一家

 

포항교도소 종교위원 서남사 주지 철학박사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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